남경민, "거울과 캔버스 틀 사이에서"

"끌림(propensio)이란 우연에 의해 기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그 어떤 사물의 관념을 수반하는 기쁨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

 

너무나 서둘러 일찍 결혼하는 여성이 있다.

이건 그녀의 행복지수가 매우 낮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불행한 가족과 함께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은 행복지수가 매우 낮다.

그래서 그녀는 누군가가조금만 잘해 주어도 금방 그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

당연한 일이다.

밥을 먹을 때마다 '식충'이라고 놀림을 받을 정도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던 여자가 있다고 하자.

그녀에게 어떤 남자가 "정말 맛나게 잘 드시네요."라고 친근하게 이야기한다면, 그녀가 어떻게 그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곧 가족을 떠나 그와 새로운 삶을 꾸리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남자와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그녀 는 금방 그에게 심드렁해질 것이다.

아니면 지금 살고 있는 남자보다 조금 더 잘해주는 남자가 생기면, 그녀는 금방 새로운 남자에게 또 끌리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보냈지만 그 대가로 화려한 연예인이 되는 데 성공했던 여배우들의 경우에 대부분 결혼 생활이 비극적으로 파탄 나는 데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끌림은 사랑이 아니다.

끌림이 나의 과거 상태에 의존한다면, 사랑은 나의 본질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어떤 음식이 배가 고파서 맛있다고 느끼는 것과 내 입맛에 맞아서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허기짐이 없을 때에만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앞서 나의 삶 자체가 지나치게 블행한 건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다시 말해 끌림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삶이 어느 정도는 행복하도록 스스로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Based on '강신주의 감정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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