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무제" ⓒ 2008, Jungwook Kim and Gallery Skape all rights reserved

"미움(odium)이란 외적 원인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

 

사랑이라는 감정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마디로 헛소리다.

정말로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이 없거나 누군가로부터 미움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한 번도 제대로 미움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타인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사랑 아니면 무관심일 것이다.

당연히 이런 사람은 시랑의 반대가 무관심이라고 이야기하게 된다.

미움의 관계는 반드시 서로 헤어져야만 하는, 그래서 둘 중 하나가 이 세상을 떠나야 끝날 수 있는, 한마디로 저주받은 관계다.

불행히도 함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면, 미움이라는 감정은 상대방을 죽이거나 혹은 자살하는 것으로 우리를 내몰게 된다.

그래서 미움의 감정에 휩싸여 있는 사람은 항상 처절하게 생각할 것이다.

"저 사람과 무관심한 관계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면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관계도 없었을 테니까."

그러니 미움만큼 비극정인 감정이 또 있을까.

어떤 인간에 대해 무관심한 관계를 소망하도록 만들 정도로 처절한 감정이니 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미움이란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감소시켜서 우리를 고사목처럼 만들어 버리는 감정이다.

그러니 자살하기 싫으면, 상대를 죽일 수밖에.

반대로 상대를 죽일 수 없다면, 내가 죽을 수밖에.

자살을 선택했다면, 우리는 이렇게 꽃도 피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제 더 이상 슬픔도 없으리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행복하게 눈을 감게 될 것이다.

반대로 미운 상대를 죽인다면, 어떤 처벌을 받더라도 기꺼이 감내하게 되는 작은 기쁨을 조금씩 되찾게 될것이다.

사랑의 반대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순진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에게 미소를 띠울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미움이라는 비극적 관계를 경험하지는 않았으니까.

 

Based on '강신주의 감정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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