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Singer Sargent,"Carnation, Lily, Lily, Rose",(1885-1886)

경쟁심(aemulatio)이란 타인이 어떤 사물에 대한 욕망을 가진다고 우리가 생각할 때, 우리 내면에 생기는 동일한 사물에 대한 욕망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

 

보통 우정은 동성끼리, 그리고 사랑은 이성끼리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우정과 사랑에 대한 피상적인 견해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정과 사랑의 감정을 우리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우선 확인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우정과 사랑은 모두 어떤 타인과의 만남에서 기쁨을 느끼는 감정, 그러니까 자신이 과거보다 더 완전해졌다는 뿌듯함이 드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기쁨을 주던 사람과 헤어지게 될 때, 우리는 그제야 우정과 사랑을 구분할 수 있다.

헤어져 있을 때, 우리의 슬픔이 어떤 강도로 발생하는지에 따라 우정과 사랑은 구분된다.

슬픔이 너무나 크다면, 아무리 우정이라고 우겨도 그것은 사랑이다.

반면 슬픔이 생각보다 작다면, 표면적으로는 사랑의 관계라 해도 그것은 우정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우정과 사랑은 질적인 차이가 있는 감정이 아니라, 양적인 차이, 혹은 정도상의 차이만 있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기쁨과 슬픔을 가져다주는 타자가 무어냐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성일 수도, 동성일 수도, 개나 고양이일 수도, 혹은 슈베르트의 음악일 수도 있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경쟁심은 반드시 개입되기 마련이다.

우정이나 사랑의 감정에 빠지면 우리는 상대방이 욕망하는 것을 나도 욕망하는 과정을 꼭 겪을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점검하면 좋을 것 같다.

싫어하지 않는 어떤 사람과 묘한 경쟁 관계에 들어갈 때, 여러분들은 우정, 혹은 심하면 사랑의 관계에 들어서고 있는 건 아닐까.

여기서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단서가 중요하다.

하긴 미워하는 사람과 경쟁 관계에 들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Based on '강신주의 감정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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