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helm Hammershoi, La Cour Intérieur, c.1905

"후회(poenitentia)란 우리가 정신의 자유로운 결단으로 했다고 믿는 어떤 행위에 대한 관념을 수반하는 슬픔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

후회는 유아적인 감정이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는데, 비가 오는 것도 자신이 울어서라고 생각하고 무지개가 뜬 것도 자신이 방금 사탕을 먹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아이들은 세계의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자기 뜻대로 세상이 되지 않을 때 그렇게 쉽게 짜증을 내곤 한다.

후회는 불행한 일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릴 때 발생하는 검정이다.

그래서 후회라는 감정에는 자기중심적을 세상을 판단하는 유아적인 태도가 전제되어 있다.

자신의 어떤 행동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밎지 앉는다면, 후회라는 감정은 생길 수도 없다.

후회에 금방 젖어드는 사람에게는 대학에 떨어진 것도 오로지 자기 탓이다.

대학 정원 같은 구조적 문제라든가 학과 선택에 있어서 부모님의 강요 혹은 공부에 물도하기 힘든 가정환경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실연당한 것도 완전히 자기 탓이라고 믿는다.

애인이 더 멋진 이성을 만나서 자신을 떠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애인이 학업 때문에 자신을 멀리한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결국 후회라는 슬픈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유아적 태도를 벗어나야만 한다.

이것은 물론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데로 인식해야 가능하다.

한마디로 타자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가능하다.

한마디로 타자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즉 타자의 타자성을 받아들여야 후회라는 감정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순간 우리는 몇 가지 지혜를 덤으로 업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나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을 소원해도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기치 않은 행복이나 불행이 나에게 올 수도 있다."

 

Based on '강신주의 감정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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