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e Magritte, "The Tomb of the Wrestlers", (1960) Private Collection ⓒ Charly Herscovici / ADAGP, Paris 2011

"대담함(audacia)이란 동료가 맞서기 두려워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일을 하도록 자극되는 욕망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

 

대담한 사람은 용기가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용기라는 것이 실체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너는 정말 용기가 있어."

이런 표현 때문에 누군가의 내면에 용기라는 것이 마치 실체처럼 있다는 착각이 벌어진다.

번지점프대에 올라갔다고 하자. 쉽게 점프대 난간에서 한 걸음 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

이런 번지점프대와 같은 위기 상황, 그러니까 그 점프대 제일 끝에 서 있을때, 결단의 순간이 찾아온다.

앞으로 한 걸음 내딛어 창공에 몸을 던질 수도 있고, 뒤로 한 걸음 빼서 안전함을 도모할 수 있다.

대담하게 몸을 창공에 던지는 경우 우리는 '용기'나 '대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그러지 못하고 뒤로 물러날 때 '비겁'이나 우유부단함'을 가진 사람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용기가 있어서 뛰어내린 것이 아니라 뛰어 내리는 것 자체가 용기일 뿐이고, 비겁해서 뒤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물러난 것 자체가 바로 비겁일 뿐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위기 상황에서 그는 번지점프를 하는 것처럼 몸을 던졌다면, 지금까지 그는 용기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위기 상황,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과감하지 못하다면, 과거의 용기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용기와 비겁은 불변하는 성격과도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원래 비겁하거나 원래 대담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오직 위기를 감내하려고 할 때에만 용기와 대담함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도 모를 일이다.

내가 번지점프대에 서는 것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아으로 발을 내딛을지, 뒤로 물러날지 말이다.

분명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 발을 내딛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사실뿐이다.

 

Based on '강신주의 감정수업'

+ Recent posts